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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트레이트…' 싸고 한인 세대차

2세들은 열광…1세들은 분통
N.W.A는 LA폭동 부추긴 그룹
노래 '블랙 코리아' 적개심 증폭

"23년 전 아픔과 울분의 찌꺼기가 다시 올라오는 기분입니다."

"소 쿨! 비트가 살아있고…정말 스웨그(swag:끝내준다 은어)가 있다!"

한 편의 힙합 영화가 한인사회 세대충돌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다. 최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하며 폭발적인 흥행몰이 중인 ‘스트레이트 아우터 캄튼(Straight Outta Compton:이하 SOC)’에 대해 한인 1세와 2세들이 첨예하게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인이민사의 최대 비극인 '4·29폭동'을 경험하거나 알고있는 중년의 1세들은 거리에 내걸린 이 영화의 포스터만 봐도 역겨움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과거사를 모르거나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나 2세들은 글로벌 음악의 대세인 갱스터랩의 뿌리를 확인했다며 열광하고 있다. 극심한 온도차.



영화 SOC는 80년대말 흑인밀집 빈민지역인 사우스LA 캄튼 지역에서 태동했던 갱스터랩 그룹 N.W.A.의 전기 영화다. 영화 제목은 이들의 데뷔 앨범에서 따왔다.

N.W.A.는 1992년 코리아타운을 불바다로 만들었던 LA폭동에 도화선을 지핀 힙합 그룹이다. 여러 사회학자와 논객, 또 흑인커뮤니티에서도 폭동 때 유독 한인상점들이 공격을 당한 배후에는 N.W.A. 멤버 아이스 큐브의 노래 ‘블랙 코리아(Black Korea)’가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블랙 코리아’는 흑인 빈민가에 들어온 한인상점 주인들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다. 가사는 “흑인들의 주먹을 존경하라. 안 그러면 당신의 가게를 불태워 재로 만들겠다. 우리가 사는 동네를 블랙 코리아로 만들 수는 없다(We’ll burn your store right down to a crisp. ’Cause you can’t turn the ghetto into black Korea)”고 부르짖고 있다.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은 100만 장 이상이 팔려나갔다. N.W.A.를 우상처럼 존경하던 당시 흑인 젊은이들에게 이 음악은 한인커뮤니티를 향해 적개심을 증폭시키고 분노심을 들끓어오르게 하기 충분했다.

노래를 만든 아이스 큐브는 두순자 사건을 보고 ‘블랙 코리아’를 썼다고 했다.

두순자 사건은 폭동 한 해 전인 1991년 3월16일 사우스LA 리커 주인 두순자씨가 오렌지주스를 훔치려던 15세 소녀 라타샤 할린스에게 일방적으로 구타당한 뒤 상점을 나가려던 할린스를 향해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한인사회의 쓰라린 아픔과 상관없이 영화는 공전의 히트 중이다. 평단에서도 극찬일색. 한동안 잠잠하던 ‘힙합문화’에 르네상스를 불어넣어줬다는 등 각종 칭송이 따르고 있다. 영화배우 제니퍼 로페즈, 농구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물론 공화당 대선후보인 마르코 루비오까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Straight Outta Compton”을 부르짖으며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보수논객 미셸 말킨은 “준법정신이 강한 한인 스몰비즈니스 상인들을 초토화시킨 사건의 단초일 수 있다. 분명 이 힙합 그룹 멤버가 랩을 통해 한인상점 방화를 선동했다”면서 “폭동을 야기한 주인공들을 우상화 하고 있는 현재의 대중문화 모습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23년이 지난 한인사회는 아픔의 역사를 잊었다.

이 곳 한인 젊은이들을 비롯해 바다 건너 한국의 유행 거리인 홍대 젊은이들, 인기 힙합가수들은 N.W.A.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다니며 그들을 칭송한다.

폭동 당시 한인타운에서 리커 파트타임을 했던 김경수(52·판촉업)씨는 혀를 찬다. 그는 “아들이 영화를 보고 ‘N.W.A.’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있더라. 당장 벗으라고 했다”며 “한인커뮤니티는 N.W.A.라는 이니셜을 보면 공분해야 한다. 한인들을 제물삼아 시쳇말로 뜬 그룹과 그들을 기리는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 LA로 이민왔다는 고승현(38)씨는 "후세에 폭동을 가르치면서 '블랙 코리아'라는 노래가 우리 커뮤니티에 얼마나 큰 아픔을 안겼는지 아이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또 한인단체들이 나서서 이 영화에 대한 보이콧 캠페인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이슨(17·가명)은 "(역사를 듣고) Really? But the movie's so cool and phat(끝내준다)!"라고 했다.

한편, 주류사회에서도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LAPD 경관 출신인 데니스 자인 전 LA시의원은 ‘FXXX The Police’라는 노래로 인기를 끌어모은 이 그룹을 재조명하는 영화가 하필이면 경찰과 흑인커뮤니티 관계가 매우 예민한 상황에서 개봉돼 상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원용석 기자 w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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